변화의 바람, 고교학점제, 무엇을 대비해야 하나?
초6이 핵심 마루타로 떠올랐다. 대학생처럼 스스로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 듣는 ‘고교학점제’가 2025년부터 전체 고교에 전면 시행되는데, 이에 해당되는 학년이 현 초6이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 외에도 특목‧자사고 폐지가 시작되는 해도 현 초6이 고1이 되는 해인 2025년이다. 전국 고교가 전기(영재학교/과학고/마이스터고/특성화고)와 후기(일반고)로 일괄 재편되는 것이다. 최근 자사고가 폐지 불복 항소에서 승소를 하면서 이대로 폐지될 것인가에 대해 왈가왈부 논의가 많지만, 현재 교육부의 로드맵에 비춰본다면 자사고도 결국은 폐지되어야 한다. 존속되면 교육 ‘빅픽처’가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 빅픽처의 핵심은 고교학점제다. 그런데 고교학점제가 가능하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성취평가제(절대평가)’의 안착이다. 현 고3 이하의 학년에서는 절대평가(성취도)와 상대평가(등급) 결과가 성적표에 병기되고, 3학년 진로선택 과목에 한해서 절대평가가 시행되고 있다. 절대평가로 가는 과도기 학년이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6년 동안 고교 성적평가 방법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서서히 변화시키다가 고교학점제가 본격 도입되는 2025년부터는 고1 공통과목만 상대평가가 이뤄지고, 고2~3은 전체 과목의 절대평가를 한다는 계획이다.
고교학점제는 이러한 전제 조건이 갖춰졌을 때 제대로 빛을 볼 수 있다. 고교학점제가 원활히 시행되려면, 본인의 진로에 맞고 또 필요한 과목을 수강해야하는데, 상대평가를 하면 학생 수와 난이도 등에 신경 쓰느라 본래 취지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성취평가가 꼭 필요하다. 현재의 상대평가(9등급)를 대신해 성적표에 5단계(A~E)로 구분된 성취도만 표기되면 과목 선택권을 행사하는데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학교별로 수십 개에서 100개 이상의 과목이 개설되고,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타 학교에서 방문 또는 원격 수업으로 수강할 수 있다. 이렇게 3년간 수강한 과목으로 일정 학점 이상을 취득하면 졸업 자격이 주어진다. 이것이 고교학점제다.
그러나 문제는 ‘성취평가로 학생 실력의 우열을 어떻게 가르겠는가?’라는 점이다. 100점과 89.5점이 똑같은 A를 받는 구조에서는 누가 상대적으로 더 우수한지를 판단하기가 힘들지 않겠는가. 물론 그렇다. 구멍이 숭숭 뚫려 잔고기가 다 빠져나가는 그런 허술한 성적 평가 구조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변별 장치라도 생긴다는 것인가?
자, 여기에 중요한 답이 있다. 학부모들이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미국과 유럽 등의 외국학교 성적표에서나 볼 수 있었던 담당 교사의 서술형 평가서의 위력을 우리도 실감하게 된다는 점이다. 서술형 평가서는 즉 학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다. 과목별 담당 교사가 개개인의 세부 평가를 기록하게 되어있는데, 이 부분이 절대평가 A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 초6 이하의 학생과 부모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고교 진학 이후에는 과목 담당 교사로부터 우수한 평가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지필고사 잘 치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성취도 A는 ‘지필시험+수행평가+학습태도’를 종합한 결과물이고, 이를 서술형으로 풀어서 써놓은 평가서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란이며, 이 내용이 곧 대학 진학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동아 김수진 기자(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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